나름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이 분 자체가 한국인이시지만 미국에서 오랜 세월 교수로 지내시다가 한국에 돌아와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를 하고 계신 분이라 한국에서의 아웃사이더 느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소셜 케이지에 대해 설명한 후 그 케이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누어 설명을 한다. 케이지 업데이트(인공지능), 케이지 재생산(저출생), 케이지 열기(이민)이다. 일단 소셜 케이지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크게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이 책에 의하면 '탈출을 좌절시키는 기제'이다. 동아시아는 전통적인 벼농사 지대여서 협동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되며 진입과 퇴출 모두 극단적으로 어려운 곳에 속한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동기는 보통 내부 경쟁을 통한 보상에서 비롯된다. 그 부분에서 동아시아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낼 수도 있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정말 매우 그럴 듯하다. 벼농사와 문화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저자(이철승)의 다른 책에서 이미 설명한 바가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안 읽어봤다.) 하지만 엑시트 옵션(이 회사를 나가도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다른 방안)이 거의 없다시피한 우리나라는 젊은 세대들이 대기업과 자격증에만 목맬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엑시트 옵션이 많은 미국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의 평판을 통해 다른 회사로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 벽이 높지 않아 더 창의적인 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을 하고 있고 동아시아에 발달한 제조업에 특히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의 예측으로는 기존의 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해 더 큰 기업이 되는 동시에, 아예 다른 종류의 기업이 인공지능에 맞게 거대한 기업으로 클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앞 부분까지는 그냥 그렇군 하고 읽었는데 뒷부분이 사실 좀 섬뜩했다. 저출생과 이민 문제. 너무나 큰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알 수 없는 난제 중 난제이다. 참고로 여기는 저출산이라고 하지 않고 저출생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듯한 뉘앙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서술한다. 하지만 출산율은 엄연히 통계 용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한다고도 명시했다.
여성은 혹여나 결혼이 잘못되더라도 엑시트 옵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여성에게는 커리어일 것이다. 돈이 곧 힘이니까 말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여성에게 자신의 커리어 성장과 출산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커리어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 그 역도 물론 성립한다. 육아휴직제도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육아를 하고 나서 돌아왔을 때 뒤쳐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은 그런 부분에서는 꽤 자유로운 편이다. 자리가 안정적이니까 말이다.
이민도 풀기 어려운 문제이면서 최근 굉장히 정치적인 이슈가 크게 되는 곳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다르게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인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3D 업종 분야로 일이 몰려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이 문제가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이슈가 덜 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점 더 혐오의 방향을 이민자들에게로 돌리고 있는 추세이다.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나름대로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하지만 소소한 팩트체크는 좀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수해주신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 중에 아무도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사실(혹은 저자가 그냥 밀어부쳤거나)은 많이 아쉽다.
1. 넥센은 게임 회사가 아닌 타이어 회사이다. 게임 회사는 넥슨이다.^^;
2. 이건 약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시카고 랠리에서 맨 앞줄에 서 있던 한 동양인 이주자에게 "바로 저 사람 때문에 당신들의 인생이 불행해진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당시 시카고 랠리는 취소되어서 열린 적이 없다. 다만 2016년 6월 3일 캘리포니아 레딩 집회에서는 한 흑인 지지자를 가리키며 “Look at my African American over here”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으며, 또 2015년 아이오와 집회에선 아시아인 억양을 흉내내 “We want deal!” 식으로 말해 논란이 된 적은 있다.
팩트체킹이 절실하다. 혹시나 개정판이 나올 때는 꼭 반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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