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진의 독서법 책이다. 이동진은 영화평론가인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도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본인의 서재('파이아키아'라는 이름을 붙였다)에 무려 23,000권을 모셔두고 있을 정도로 책에 대해 진심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뭔가 남는 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왜냐 하면 이런 책은 지식을 쌓는 비문학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고 문학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은 뭘까.. 에세이 정도?) 그래서인지 사고 싶은 마음은 크게 들지 않아 먼저 밀리의 서재로 읽었었다. 그 후에 내용이 괜찮아서 종이책을 구매해서 읽었는데 같은 책이라도 종이책을 읽을 때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게 왔다. (그렇다, 나는 종이책 신봉자이다.)
이 책은 '책을 재미로 읽어라', '넓게 읽어라', '읽는 걸 습관으로 삼아라', '읽은 걸로 끝내지 말고 글 혹은 말로 표현하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게 무슨 얘기인가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독서란 재미보다는 목적에 훨씬 가까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활자중독자에 가까워서 중학생 때까지는 병적으로 책에 집착했었다. 지금은 웹서핑의 노예...) 재미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처음부터 재밌는 것이 있다. 유행하는 영화, 음악, 드라마, 예능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재미의 진입장벽이 없는 것들은 보통 몸과 마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의 말초적인 재미(그걸 보통 '쾌락'이라고 일컫는다)를 추구하다 보면 높은 차원의 재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미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들은 그 진입장벽을 넘어가는 순간 재미의 신세계가 열린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도 책 나름일 것이지만) 나도 크게 동의하는 바이다.
넓게 읽는 것은 이동진의 아이덴티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나라(나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밖의 사람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사람 중에는 가장 지식에 대해 '넓음'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깊음'은 전문성을, '넓음'은 교양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넓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깊음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나도 그 부분을 많이 동감하는데 요즘은 자기 분야에서는 똑똑하지만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들이 가득해서 서로가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이 생긴다고 느껴진다. 과거보다 지식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에 나오는 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뒷 파트에 이다혜 기자와의 대담에서 저자는 넓이에 대한 열망(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강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대학에 와서 100개가 넘는 전공 개론 수업을 다 들어보려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때 소설을 더 읽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소설만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연과학 책을 등한시해서 그 부분도 아쉬웠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중학생 때부터 폭넓은 교양을 쌓는 것이 나의 목표였었고 지금도 그 목표는 나의 버킷 리스트와 같은 존재이다. 특히 수학과 과학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지만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짬나는 대로 조금씩 알아나가고 있다.)
읽는 걸 습관으로 삼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장소마다 다른 책을 두라는 것도, 어디 나갈 때 항상 책을 가지고 나가라는 것도, 굳이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지정하지 말라는 것도 결국 (종이책을) 읽는 행동을 자동화시키라는 의미이다. 길게 말할 내용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실천의 문제이다.
읽는 걸로 끝내지 말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정말 똥글이라도 상관없다. (지금 이 글도 똥글에 가깝다.) 읽고 나서 이렇게 적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한테 책의 줄거리를 30초라도 얘기한다면 책 내용이 비로소 내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꼭 실천했으면 좋겠다.
아, 이동진 추천도서 800권과 그 이후 이동진이 유튜브에 올린 추천 책은 내가 티스토리에 따로 정리해 놓았다. (https://studyeverythingintheworld.tistory.com/103) 아쉬운 부분은 비문학 책은 찾아보면 상당 부분 절판이 되어 있다. (좋은 책이라도 꼭 오래 가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소설은 외국은 1960년대 이후, 한국은 1980년대 이후만 정리했다고 한다. 그 이전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이고 이미 교수님들을 포함한 평단에서 평가를 하셨을 테니 굳이 추천하지 않았다고 한다.
p.s.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아주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의 정보는 양은 많을지 모르나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요지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저자: 김지원)"을 추천한다. 이 책의 후기도 올려놓았으니 참고하면 더 좋다. (https://studyeverythingintheworld.tistory.com/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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